다함께 파크골프를 만들기까지 — 1편
스크린 파크골프 개발 답사에서 시작된 1인 인디 개발자의 메이커 노트. 18홀 기준 50개 구장의 어르신들이 가르쳐준 것.
50개 구장의 답사 노트
작년 한 해, 나는 전국의 파크골프장 50곳을 돌았다. 모두 18홀 기준이다. 본업으로 시작한 스크린 파크골프 개발에 필요한 코스·운영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매뉴얼은 단순했다 — 코스 도면을 받고, 사진을 찍고, 운영자에게 몇 가지를 물어보는 것.
그런데 답사 후반부로 갈수록 자료보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풍경이 더 강하게 남기 시작했다. 평일 오전 구장이 가득 찼다. 60~70대 어르신들이 서로 안부를 묻고, 채를 들고, 한 홀 한 홀 진지하게 라운드를 돌았다. 그 풍경은 통상적인 “골프장”보다 하나의 동네 광장에 가까웠다.
대화를 나눌수록 한 가지가 분명해졌다. 이 시장은 작지 않다. 그리고 디지털이 들어와 있지 않다.
Why — 스크린에서 진짜 파크골프로
원래 만들려던 건 스크린 파크골프였다. 그런데 50개 구장을 돌고 나서 깨달은 것은, 스크린 이전에 진짜 파크골프 운영부터 디지털화될 여지가 너무 컸다는 사실이었다. 어르신들은 스마트폰을 안 쓰는 게 아니다 — 다만 그분들이 쓸 만한 도구가 없을 뿐이었다.
그 빈자리는 만든 사람의 게으름이거나, “이 시장은 디지털 안 받는다”는 잘못된 가정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가서 직접 보지 않았으면 나도 그 가정을 따랐을 것이다.
그래서 2026년 3월, 본업 옆에 작은 트랙 하나를 더 깔았다. 이름은 “다함께 파크골프”.
Problem — 직접 본 세 가지 풍경
1. 선착순 출입과 종이 예약
대부분의 공공 파크골프장은 선착순 출입으로 운영됐다. 이른 새벽에 줄을 선 분들이 그날의 라운드를 가져갔다. 일부 구장은 예약을 받았는데, 그 방식이 스티커(미리 받아둔 종이 스티커를 카운터에 붙이는)거나 전화 예약이었다. 디지털 예약 시스템은 거의 보지 못했다.
2. 수기 스코어카드
라운드가 끝나면 어르신들은 종이 스코어카드를 손으로 채우셨다. 동호회 모임에서는 총무가 그것을 엑셀이나 노트에 옮겼고, 그 엑셀은 카카오톡 단톡방에 사진으로 공유되었다. 데이터가 매주 새로 만들어지지만, 매주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3. 어긋난·없는 코스 정보
지도 앱의 운영 시간, 홈페이지에 박힌 PDF 코스 안내, 카페 게시판의 후기 — 이게 코스 정보의 전부였고, 상당수가 실제와 일치하지 않았다. 어떤 구장은 9홀로 표시됐는데 가서 보니 18홀이었고, 어떤 구장은 폐장됐는데 검색에는 살아 있었다.
이 세 가지가 풀 만한 문제였다. 그리고 셋 다 작은 1인 스튜디오가 진심으로 매달리면 손에 잡히는 크기였다.
Decisions — 진심으로 매달리되, 작게 매달린다
이 단계에서 내린 결정들이 1년의 결을 만들었다.
(1) 코스 DB는 하이브리드로 모았다.
50개 구장은 답사하며 직접 측정·기록했다. 나머지는 인터넷 자료, 협회 명단, 지자체 보도자료를 모아 한 줄씩 검수했다. 손이 많이 가지만, 이 데이터가 곧 제품의 차별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다른 앱이 안 한 일이고, 대체할 API도 없다.
(2) 인증은 소셜 로그인만으로 시작했다.
시니어 사용자가 가입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비밀번호도, 휴대폰 인증도 처음엔 빼기로 했다. 카카오·네이버·구글 — 본인이 이미 쓰는 계정으로 한 번에 들어오게 했다. 휴대폰 인증은 동호회 기능이 본격화되는 다음 단계에서 추가할 예정이다.
(3) 무료로, 그리고 웹으로 출시했다.
처음부터 무료다. 시니어 사용자에게 “앱 설치 → 결제 등록”의 두 번 진입장벽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웹앱으로 만들었다. 모바일 사파리·크롬에서 그대로 라운드 기록이 되고, 동호회 페이지가 열린다.
(4) 동호회 커뮤니티 기능을 1순위로 두었다.
개인 사용자도 중요하지만, 진짜 사용 빈도가 높은 단위는 동호회다. 매주 라운드를 도는 사람들이 거기에 있고, 총무가 데이터를 수집·분배하는 허브가 거기에 있다.
그래서 지금
코스 데이터베이스가 채워지고 있고, 동호회 라운드 기록이 매주 쌓이고 있다. 어르신들이 종이 노트 대신 휴대폰 화면을 들고 라운드 후 스코어를 체크하는 풍경 — 답사 다닐 때 상상만 하던 장면을 매일 작은 단위로 보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그 50개 구장을 어떻게 답사했는지 — 동선·인터뷰·실패담을 풀어볼 생각이다. 그 답사가 단순한 자료조사가 아니라 “이 제품을 만든 사람”의 이력이 됐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건 우리 동호회 이야기네요” 같은 메시지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 데브파파 (jason@devpapa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