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파크골프 개발 일지 #1
수첩과 엑셀로 남아 있던 파크골프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시니어가 설명 없이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한 이야기.
작년까지 스크린골프, 파크골프 쪽 개발PM으로 일하다가, 올해는 아예 독립해서 직접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20년 넘게 게임만 만들던 사람이 갑자기 파크골프라니, 주변 반응은 대부분 “그게 뭐 하는 운동이야?”였는데요 ㅎㅎ 이 시장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일지 형태로 하나씩 풀어볼까 합니다.
시작은 거창한 시장 분석이 아니라, 구장에서 본 장면 하나였습니다. 라운딩을 마친 어르신들이 수첩을 꺼내 그날 점수를 한 홀씩 손으로 적고 계시더라고요. 한 분이 아니라 대부분이 그랬습니다. 매주 필드에 나갈 만큼 누구보다 활동적인 분들인데, 기록은 여전히 수첩과 볼펜인 거죠. 동호회 점수 집계도 결국 누군가 그 수첩들을 걷어서 손으로 옮겨 적는 방식이고요.
구장을 운영하는 쪽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전국 파크골프장 대부분이 지자체 소관인데, 현장 담당자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용자 명부 관리, 예약 응대, 이용 현황 집계 같은 일들이 상당 부분 전화와 수기, 엑셀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이용자는 폭발적으로 느는데 운영 도구는 그대로니, 그 부담이 고스란히 현장 인력에게 쌓이는 구조입니다.
찾아보니 숫자도 이 장면들을 그대로 설명해 주더라고요. 70대 이상 스마트폰 보유율이 91%나 되는데, 평균적으로 쓰는 앱은 1.79개. 사실상 카톡이랑 유튜브가 전부인 셈입니다. 기기는 다 갖고 계신데, 이분들이 쓸 만하게 만들어진 서비스가 없었던 거죠.
그런데 그 사이 시장은 무섭게 크고 있습니다. 대한파크골프협회 회원이 2020년 4만 5천 명에서 2025년 21만 5천 명으로 5년 만에 5배가 됐고, 비회원 동호인까지 합치면 6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업계에서는 100만 시대가 코앞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요. 60만 명이 매주 필드에 나가는 스포츠인데, 기록은 수첩에 남고 운영은 엑셀로 돌아갑니다. 가장 활발하게 운동하는 세대가, 디지털에서는 가장 보이지 않는 세대인 거죠.
게임을 오래 만들다 보면 직업병처럼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유저들이 왜 이탈하지?”가 아니라 “이 유저들은 아예 입장조차 못 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이 시장이 딱 그랬습니다. 그래서 일단 전국 파크골프장과 홀 데이터를 하나하나 모아서 데이터베이스부터 만들었고, 지금은 스코어 기록과 구장 검색이 되는 베타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수첩에 적던 것보다 쉬워야 의미가 있으니, 어르신들 손에 쥐여드렸을 때 설명 없이 쓸 수 있느냐가 유일한 기준입니다.
혼자 하는 일이다 보니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이 재미가 꽤 큽니다. 앞으로 시장 이야기, 제품 만들면서 내린 결정들, 그리고 1인 창업자의 시행착오까지 일주일에 한 편씩 기록해 보겠습니다. 다음 편은 “게임업계 20년차가 왜 하필 파크골프였나”입니다. 피드백은 늘 환영합니다.